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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2005년 5월 9일(月) [임상균 기자] ▣ 기사 직접 바로가기(매일경제) 국내 한 대형건설사는 최근 이란 플랜트 건설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수억 달러짜리 대형공사인데 플랜트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중 하나가 전략물자 수출통제 대상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회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우리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 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부품 하나 때문에 납기를 맞추지 못해 거액의 지체배 상금을 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부터 미국 주도로 감시가 강화되고 있는 전략물자 통제시스템으로 한국 수 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는 미국과 양해된 계도기간이지만 하반기부터는 '용서가 되지 않는' 것 으로 양국간 합의됐다. ◆ 강화되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전략물자'란 미사일 생화학무기 핵무기 등 대량파괴 무기의 개발ㆍ제조에 사용 가능한 품목을 뜻한다. 선진국에서는 90년대 이후 바세나르협정, 미사일 수출통제체제, 호주그룹, 핵 공급그룹 등 다자간 협정 4개가 체결되면서 수출통제체제가 구축됐다. 지난해 4월 유엔 안보리에서 모든 회원국이 준수토록 결의되면서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적용됐으며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관련 법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대상 품목은 각종 장비, 부품,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포함해 1종 규제대상만 1359개에 이른다. 미국은 특히 최근 품목이 아니라 최종사용자를 기준으로 적발하는 '캐치올(Cat ch-all)'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 걸리면 망할 수도=전략물자 수출이 적발되면 국내 처벌은 책임자 1년 징역 에 해당 기업은 5년 간 수출금지 정도다. 하지만 미국은 적발기업 물품에 대해 자국은 물론 협정국 모두에 최장 20년 간 수입을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심성근 산업자원부 전략물자관리과장은 "일본에서는 전략물자 수출 적발로 대 미 수출이 중단돼 망한 회사도 있다"며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이미 지 훼손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수출물량 중 40%가 전략물자에 해당하지만 기업들의 대비가 부족 하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은 978억달러로 총수출 중 38.5%를 차지했다. 핵무기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될 수 있 는 물품도 16%에 이른다. 심 과장은 "대기업들은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 등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중소ㆍ벤처기업들은 제도 내용조차 모르는 곳이 대다수"라고 염려했다. ◆ 정부 승인은 '보험'=지난해 말 한 중소기업이 이란에 화학물질을 수출했다 가 미국 감시망에 포착된 적이 있다. 미국은 즉각 한국 정부에 해당 품목의 회수와 기업 처벌을 요구해 왔다. 조사 결과 다행히 신고절차를 거쳐 정부 승인을 받아 수출했으나 최종 사용자가 바 뀌면서 문제가 된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미국측에 '비의도성'을 강력히 주장해 해당 기업은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략물자 수출은 정부의 승인절차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국 정부의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이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면책 근거 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 과장은 "최악의 경우 최종사용자나 매입 목적 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확인서 등 근거라도 남겨놔야 한다"고 권고 했다. ◆ 정부 통제시스템 정비 시급=정부도 대비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기업들의 자진신고가 없으면 수출과정에서 적발해낼 길이 없다. 관세청에 관련 인력이나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몰래 수출'에는 무방비다. 산자부 담당부서에 8명이 해당업무를 보고 있을 뿐이다. 승인요청 품목에 대한 검사는 외부 연구기관들에 용역을 주고 있다. 이러다보니 검사기간도 길게는 2 주일씩 걸리고 있다.